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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정원
내오간박복순(88세)영감이 2년 전에 하늘나라 갔어'인자 내 시상이다'혔고만.반찬 없다고 노상 밥상 엎으고돈도 타다 쓰는디 쪼꼼 준게쓰고 마잘 것도 읍었어헐 수없이 콩, 꼬치 같은거장에 몰리 내다 팔아썼어참말로 내맘대로 못허고 살었지근디 그때뿐여.인자 없은게 밤낮 허전허고 외로워옆에 있을 때가 좋았던게벼내오간이라 그런가?
백무산눈 덮인 낮은 집이 저 너머에 있다사방 길은 지워지고 따듯한 섬 같은 집감나무 한그루가 돛대처럼 지키고 있는 집저녁연기가 목화솜처럼 깔리던 집아궁이 곁불에 닭들이 졸고아랫목에서 메주가 뜨고설은 다가오고 까치는 마당에 내려와 놀고들판을 달려온 바람이 몸을 녹이다 가고장독간 가는 길에 눈을 쓸고 김치를 내오고볼이 튼 아이는 눈밭에서 뛰놀고입김 불어 손을 녹이며 아낙은소 없는 외양간 아궁이에 소죽을 쑤고산 너머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 밤새 들리고길을 재촉하는 부엉이 먼 산에서 울고나는 아직도 희미한 그 집에 있다흙과 짐승과 나무가 주인인 집에이랴이랴 소 한마리 끌고 돌아가는 중이다갈수록 멀어지는 그 사람들 그 집에내가 살던 집도 아닌 그 집에이상한 일이다수십년 동안 나는 돌아가는 중이다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 가고 있듯이 ..
송경동 어느 날한 자칭 맑스주의자가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허둥대며 그가 말했다조국해방전선에 함께 하게 된 것을영광으로 생각하라고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
박태일느린 기차를 타고 여름은더 느려진다느린 기차는봇나무 숲숲 건너차창 멀리 아파트 불빛이옥수수 알처럼 부서지는로수하*깜깜한 마을을 지난다느린 기차는 느린 여름어디선가 송화강 물길을 만난 것 같기도 한데낮고 또 멀리 밤은그 많은 바퀴 소리를 어디로 실어 보낸 것일까일찍 깬 역무원은 두리두리번 등을 흔들고느린 기차 느린 여름은로수하어젯밤에 내려선 저를 벌써그리워한다.* 露水河, 길림성 백산시 부흥현의 마을..................................이도백하박태일이도백하 옛길에 늦도록 밤을 밝히는 북소리 쑤왈라 쑤왈라 누굴 위해 줄 지은 춤인가 서른 해도 앞서 처음 찾았을 땐 붕어 가재에 이것 사이소 저것 사이소 낯인은 경상도 장터였는데 어느새 한족 골목이 되어 늦은 폭죽만 끐는..
설하한 아니 어쩌면 우리는 분명 용서받을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 가을비가 내린다떨어진 물방울들의 몸이부서진다나는 비를 좋아했지만너는 그렇지 않았지 결국 물이 가장 낮은 곳에 머물 듯나는 내 마음에 익사할 것 같은데방 안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나뭇가지 아래에서뻐꾸기가 비를 피하고 부서진 물방울들이 한데 모여 흐른다물줄기가 배수구로 떨어진다물은 이 도시의 배수 시스템을 따라 도시를 벗어나고 결국 더 이상 부서지지 않는 곳에 당도하겠지 우리가 다시 흙이 되고 물이 되면부서진 채로 배수관을 흘러가는 물방울들처럼 세상이 끝날 때까지 슬퍼하지 않고 잠을 잘 텐데 네가 묻혀 있는 화분에서 죽은 너의 그림자가 자라난다비가 그치면 뻐꾸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