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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시,수필 (21)
수북정원
이세진 바람 불지 않으면 나무들은 이파리 하나 흔들리지 않는데바람 한 점 불지 않아도 고요하던 나무들 사이 이파리들이 흔들릴 때가 있다딱새 한 마리 날아와 서어나무에 앉았다 떠난 가지에 아지랑이가 피어 흔들리고 있다.내 심장에서 먼 가지 어디쯤따라 흔들리는 곳더 이상 바람 불지 않으면 가지 않던 딱새는 둥지 틀어 알을 낳을 것인데나만 홀로 흔들리는 까닭은 내 마음속 어디 딱새처럼 날아와 앉던 그대가 내 우둠지에 머물 생각이 없어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까닭이다오늘도 딱새 기다리는 빈 가지 하나 수액 뽑아 올린 자리, 꽃차례도 비워두고 꽃샘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간고등어 한 손이세진한바탕 아내와 말다툼하고막걸리 탁발하러 시장 길 지나는데어물전 좌판 위 고등어들죽어서도 등 뒤로 포옹하는 것을 본다살아 푸른 파도 베어 물다죽어서도 먼 눈 부릅뜨고부둥켜안은 저 비릿한 사랑평생 한 번 싸운적 없는것 같아주인 몰래 고등어 한 마리등 돌려놓는 심술을 부려도풀리지 않는 속이지만어떤 미친놈이 간고등어 한 손을엎어 놓았냐고 어물전 주인이 투덜거릴 것 같은 저물녘뜨겁게 숨이 타던 내장 다 비우고쓰린 가슴 구석마다 소금 절이면죽어서도 포옹이 되는지 나는 아직 막걸리도 잊은 채시장 골목 어귀를 서성이는데오십 여년 살 부빈 아내여,우리는 아직 뿌릴 소금 남았는지그래도 파장 가까운 어물전고등어처럼 비린내 풍기며살아야 할 날들이 옷깃을 당겨멀어진 집으로 향하는데등 뒤로 하얗게 소금 뿌..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 보다는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에 화사히 피었다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말고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갈대..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류시화넌 알겠지바닷게가 그 딱딱한 껍질 속에감춰 놓은 고독을모래사장에 흰 장갑을 벗어 놓는갈매기들의 무한 허무를넌 알겠지시간이 시계의 태엽을 녹슬게 하고꿈이 인간의 머리카락을 희게 만든다는 것을내 마음은 바다와도 같이그렇게 쉴새없이 너에게로 갔다가다시 뒷걸음질친다생의 두려움을 입에 문 한 마리 바닷게처럼나는 너를 내게 달라고물 솔의 물풀처럼 졸라댄다내 마음은 왜일요일 오후에모래사장에서 생을 관찰하고 있는 물새처럼그렇게 먼 발치서 너를 바라보지 못할까넌 알겠지인간으로 태어난 슬픔을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사랑하는무한 고독을넌 알겠지그냥 계속 사는 것보다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복효근능소화는 그 절정에서제 몸을 던진다머물렀던 허공을 허공으로 돌려주고그 너머를 기약하지 않는다왔다 가는 것에 무슨 주석이냐는 듯씨앗도 남기지 않는 결벽알리바이를 아예 두지 않는 결백떨어진 꽃 몇 개 주워 물항아리에 띄워보지만그 표정 모독이라는 것 같다꽃의 데스마스크폭염의 한낮을 다만 피었다진다왔던 길 되짚어가고 싶지 않다는 듯수직으로 진다딱 거기까지만이라고 말하는 듯연명치료 거부하고 지장을 찍듯그 화인 붉다* * * * * * * * * * * * * * * * *뜨지 않는 별 복효근 별이라 해서 다 뜨는 것은 아니리뜨는 것이 다 별이 아니듯오히려어둠 저 편에서제 궤도를 지키며안개꽃처럼 배경으로만 글썽이고 있..
류시화 나는 벽돌의 감방 속에 갇힌 적이 없다손바닥만한 창문으로 오월 하늘을 내다보며무언의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다종달새처럼 비상하기 위해불안하게 날개를 퍼덕인 적은 있었다그것도 젊은 시절의 일이었다그러므로 난 자유인인 체하지는 않으리라바람처럼 쉽게 초월의 노래를 부르진 않으리라그러나 난 내 삶 자체가무언의 노래였다고 말할 수 있다육체를 가두는 일보다 영혼을 가두는 일이더 무섭다는 걸 난 잊지 않았다보리밭 위로 날아오르는 종달새처럼나는 누구의 것도 되지 않으리라아무도 내 삶을 기억하지 않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