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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정원
복효근 본문
능소화가 지는법
복효근
능소화는 그 절정에서
제 몸을 던진다
머물렀던 허공을 허공으로 돌려주고
그 너머를 기약하지 않는다
왔다 가는 것에 무슨 주석이냐는 듯
씨앗도 남기지 않는 결벽
알리바이를 아예 두지 않는 결백
떨어진 꽃 몇 개 주워 물항아리에 띄워보지만
그 표정 모독이라는 것 같다
꽃의 데스마스크
폭염의 한낮을 다만 피었다
진다
왔던 길 되짚어가고 싶지 않다는 듯
수직으로 진다
딱 거기까지만이라고 말하는 듯
연명치료 거부하고 지장을 찍듯
그 화인 붉다
* * * * * * * * * * * * * * * * *
뜨지 않는 별
복효근
별이라 해서 다 뜨는 것은 아니리
뜨는 것이 다 별이 아니듯
오히려
어둠 저 편에서
제 궤도를 지키며
안개꽃처럼 배경으로만 글썽이고 있는
뭇 별들이 있어
어둠이 잠시 별 몇 개 띄워 제 외로움을 반짝이게 할 뿐
가장 아름다운 별은
높고
쓸쓸하게
죄짓듯 앓는 가슴에 있어
그 가슴 씻어내는
드맑은 눈물 속에 있어
오늘밤도
뜨지 않은 별은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