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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정원
고정희언제부턴가 나는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불그림자 멀리 멀리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없다면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내가 너무 쓸쓸하여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그대 가슴 속에 든 화산과내 가슴 속에 ..
강영안“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의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이없습니다. 신의 존재, 세계의 존재, 타인의 존재, 심지어 나의 존재조차 의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생각하고 있는 '나'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데카르트는 “내가 생각하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그랬더라면 나의 생각이나의 존재의 원인이 될 것이고 나의 존재는 생각의 결과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하는 것만이존재한다”고 말하고자 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내 앞에 있는 책상이나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는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공간을 차지하는 물체이고 따라서 ..
이규리누가 알고 있었을까불안이 꽃을 피운다는 걸처음으로 붉은 피 가랑이에 흐를 때조마조마 자리마다꽃이 피었던 걸사랑을 하고아이를 낳고또 몸이 마르고밤마다 어둠을 고쳐 보는 동안불안은 피고 있었네불안은 불안을 이해했을까그 속에 오래 있으면때때로 고요에 닿는다는 걸그건 허공이니까두드리면 북소리 나는 공명통이니까불안으로 불안을 넘기도 하는 것처럼꽃은 그것을 알아보았고 그것은 꽃을 도왔으니수많은 당신이 불안이었던 걸이제 말해도 될까흔들리면서일어나면서불안도 꽃인 것을※ 사진 하단이 조금 잘려 있어 시가 여기서 끝나는지, 다음 행이 이어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전체 페이지를 조금 더 아래까지 찍은 사진이 있으면 이어서 정확하게 옮겨드릴 수 있습니다.
이규리한 복숭 나무에 어떤 열매는 붉고 어떤 열매는 파랗다넌 누굴 닮아 그 모양이니?그때마다 더 파래지곤 했다어떤 이는 손바닥 하나를 뒤집어 새를 날리고 장미를 꺼내지만손바닥을 뒤집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대신 그늘을 먼저 배우는 거랄까그날의 맛, 그러니복숭이 간신히 내놓은 까슬한 뺨을꾹꾹 눌러 확인하지 마라여기까지 먼길,파란 열매는 얼마나 가혹한 자책이겠느냐
최승자적막히 녹아드는 햇빛 소리만 굴러다니는 비인 바람 소리만 실은 겨우내 말라붙은 꿈을 적시며 오늘 밤 어질머리 푸는 비의 관능을 떠도는 발들의 아픔을어둠 속 잇몸들의 덧없는 입맞춤 사이 밤새 홀로 사무치는 머리칼 사이 실은 고적한 곳으로 흘러가는 마음을 조금씩 서걱이며 부서지며 아직도 남아 있는 부끄러운 뼈를묻지는 말고 그대여 눈물처럼 애욕처럼 그대의 혀끝으로 적셔주려나 깊게, 절망보다 깊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