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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정원
푸른자전거 본문
나종영
자전거를 타고 싶다
자전거 짐발에 희망을 가득 싣고
맨발에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너에게로 가고 싶다
푸른 잎 물푸레나무 숲길을 달리면
자전거는 마디마디 푸른 자전거가 되고
붉디붉은 황톳길을 덜컹거리면
자전거는 붉은빛으로 물이 들어
들썩이는 엉덩이에 바람을 힘껏 밀어 올릴 것이다
은빛 바큇살에 햇살이 튀고
하얀 맨발이 보이지 않게 자전거를 몰고
까치고개를 넘어 너에게로 가고 싶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숨차게 달렸던
이끼 낀 낮은 돌담과
키 작은 빨간 우체통이 서 있던 서내동 고샅길
다독이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면면한 아픔도 영산강 강물 따라 씻겨가던 마을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 내 마음 고향집을 찾아
느릿느릿 너에게로 가고 싶다
푸른 모자 차양을 돌려쓰고
짐발에는 누비이불 같은 행복을 싣고
너에게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고 싶다
저물 무렵 일몰의 노을 속으로
은빛 자전거 하나 하염없이 바퀴를 굴리며 가고 있다.

―시집 『물염勿染 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