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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정원
정통 (Orthodoxy)은 G. K. 체스터턴이 1908년에 쓴 기독교 변증서다.그는 교리를 먼저 세워 놓고 변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방황하며 사유한 끝에 “이상하게도 가장 상식적인 세계관이 기독교였다”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고백하듯 풀어낸다.핵심은 세 줄기로 정리할 수 있다.1. 세상은 이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체스터턴은 근대의 회의주의와 상대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한다.모든 것을 의심하면 결국 자기 이성도 의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붙들 수 없다고 말한다.그는 “광인은 이성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이성만 남은 사람”이라고까지 말한다.논리는 완벽하지만, 세계의 경이와 신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그에게 건강한 정신은 논리와 경이로움이 함께 있는 상태다.2. 기독교는 모순처럼 보이지..
천양희 한낮에도 어둡고햇살이 먼저 떠나는 곳에 살면서도오늘 하루는 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납작하게 바위에 붙어서안개 이슬을 머금고 추위를 견디는난쟁이바위솔 같은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이더할 수 없이 좋아 덩달아세상도 좋아진다 이 세상에서가장 낮은 사람들은사람 속에 살다 가는 사람이다 사람보다 높은 벼슬이 있을까세상 어디를 떠돌더라도 '사람'이란 단어를 잊지 말라던 사람 생각나 높은 곳이 좋아라 무작정산에 오르던 그때의 내가 보여고개가 푹, 꺾이네 나의 인생 단어는 '극복'일 것인데잡초 우거진 오솔길에서나는 천천히 시 쓰는 사람이 되었다그런데 왜안개처럼 자욱한 사람은 되지 못하나 세상의 모든 외로움이 밥을 먹을 시간*나도 외로워져선'에러도 아름다울 수 있어 오로라처럼'**중얼거리..
성선경어떻게 그런 생각을 처음 했을까?나무의 옹이를 다듬어새를 만드는 사람뭉쳐지고 일그러진 나무토막을새를 만들어 기원의 깃대 끝에앉힐 생각을 했을까?알고 보면 시(詩)란사물의 원형을 새로이 발견하는 일깃대 끝에 앉은 새가 먼 곳을 볼 때내 눈도 저 먼 그리움의 끝에 가닿는다처음 나무옹이를 다듬어새를 만들어 앉힌 사람은기원의 시를 쓰는 시인깃대 끝에서 새가 울면하늘 저 끝에서 내 기원의 응답을 받아새소리로 조용히 내게 전해 준다깃대 끝에 앉은 새가 먼 곳을 볼 때내 눈도 저 먼 그리움의 끝에 가닿는다.
장석주 연인들은 꽃보다 빨리 시든다.덧없이 지는 꽃도 많지만제 마음을 못 이겨 끝나는 연애도 많다.성급하게 여름바다로 떠나는 우리,아직 오지 않은 이별인 한에서옥상의 빨래는 깃발처럼 나부끼고파도는 하얀 모래들을 푸른 혀로 핥는다.어젯밤 늦게 도착한 연인들,바다는 저문 뒤 괄약근을 닫는다. 아침부터 해는 지글지글 끓는데,해변의 작은 묘지를 향하는 연인들,팝콘처럼 튀는 해변의 해당화들,모래밭엔 꽃송이같이 활짝 편 파라솔들,정오엔 그림자가 작아진다.우리에게 남은 건 푼돈 같은 한 줌의 시간뿐,더운 바다 바람에 이마를 때린다. 연애를 키운 건 가벼운 농담과 경솔함,혹은 웃음에 녹아든 일말의 비애,우리는 날개 없이 공중으로 솟구친 무용수들,불가능을 향한 엉뚱한 시도,심심하면 물구나무를 하고 바다라도 보자. 연애의..
이해인울고 싶어도못 우는 너를 위해내가 대신 울어줄게마음 놓고 울어줄게오랜 나날네가 그토록사랑하고 사랑받은모든 기억들행복했던 순간들푸르게 푸르게내가 대신 노래해줄게일상이 메마르고무디어질 땐새로움의 포말로무작정 달려올게
마틴 슐레스케옛사람들은 ‘노래하는 나무’를 찾는 방법을 알았다.예부터 대대로 바이올린을 제작해온 가문 사람들의 전해준 바에 따르면 그들의 선조들은 산속 계곡에서 나무들을 떼목으로 묶어 나르며, 물살 센 곳에서 나무 둥치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몇몇 나무들은 계곡을 통과하며 청명하게 울리는 소리를 냈고, 바이올린 마이스터들은 그런 방법으로 많은 나무 중에서 좋은 바이올린이 될 만한 ‘노래하는 나무’를 식별했다.오늘날 산속 숲의 척박한 땅에 우뚝 선 건장한 나무들은 몇백 년 전 아주 작은 씨앗에 불과했다.그 뒤 힘들게 물을 찾아 뿌리를 내리며 한 해 한 해 흘러 아주 근사한 나무로 자란 것이다.바이올린 마이스터에게 고지대에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은 가치 있는 존재다.이런 곳에서 곧추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