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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정원
도종환 본문
목동의 별
도종환
서쪽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쓸쓸하고
동쪽 하늘을 바라보아도 쓸쓸한 날
밤이 되자 큰 별 하나 떴다
양떼를 몰고 돌아오는
목동들과 동행한다는
목동의 별이 저 별 아닌가 싶다
지상에는 길을 잃은 이들이 많다
길 잃어
삶의 곳곳이 낭떠러지인 이들이 많다
별점을 치는 이들은
형혹성이 전갈자리 심수성에 머물게 되어
여름에는 운석이 비 오듯 쏟아지고
크나큰 재앙과 변고가 있을 것이라 한다
지난 몇 해는 얼마나 참혹했던가
은하수 왼쪽이 붉게 물드는 날이 많고
재난의 소용돌이가 온 나라를 덮는다는 말의
그 불길함에 다시 두렵고 무섭다
미자르별이라 했던가
우리가 가는 길을 내려다보는
그 별을 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간절한 저녁기도를 하고
선한 씨앗들을 가난한 골목마다 심으면
형혹성 그 별도 아슬하게 비껴갈 수 있을까
어둠은 깊고
바람은 차고
별 홀로 빛나는 밤
—계간 《미네르바》 2024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