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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

도종환

subook 2025. 6. 20. 14:51

목동의 별



   도종환





서쪽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쓸쓸하고

동쪽 하늘을 바라보아도 쓸쓸한 날

밤이 되자 큰 별 하나 떴다



양떼를 몰고 돌아오는

목동들과 동행한다는

목동의 별이 저 별 아닌가 싶다



지상에는 길을 잃은 이들이 많다

길 잃어

삶의 곳곳이 낭떠러지인 이들이 많다



별점을 치는 이들은

형혹성이 전갈자리 심수성에 머물게 되어

여름에는 운석이 비 오듯 쏟아지고

크나큰 재앙과 변고가 있을 것이라 한다



지난 몇 해는 얼마나 참혹했던가

은하수 왼쪽이 붉게 물드는 날이 많고

재난의 소용돌이가 온 나라를 덮는다는 말의

그 불길함에 다시 두렵고 무섭다



미자르별이라 했던가

우리가 가는 길을 내려다보는

그 별을 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간절한 저녁기도를 하고

선한 씨앗들을 가난한 골목마다 심으면

형혹성 그 별도 아슬하게 비껴갈 수 있을까



어둠은 깊고

바람은 차고

별 홀로 빛나는 밤





              —계간 《미네르바》 202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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