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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정원
도종환
슬픔의 현 -도종환-열두 살이었을까 열네 살이었을까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듣다가 혼자 울었다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현악기 소리는창문을 빠져 나가 밤하늘로 가느다란 꼬리를 끌고 올라가곤 했는데나는 창틀을 두 손으로 잡고 가만히 울었다창 너머엔 어두운 것들이 광할한 밤바다처럼 출렁였는데거기 별이 여러 개 떠서 흘러 다녔는데어두운 물결 위에다 엄마라고 쓰고 나면눈물이 한 줄기 턱밑까지 내려왔다어린 날을 의탁했던 외가에는 형제가 많았지만 둘째 형은 엽총에 맞아 사슴처럼 쓰러졌고누나는 아이를 낳은 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다누나는 털실로 스웨터 짜는 일을 잘했는데 그래서방 여기저기 색색의 털실 뭉치들이 굴러다녔는데그 실처럼 가늘고 긴 세월 동안눈물의 끈으로 나를 묶어 끌고 다닌 이는 누구일까노래를 보내 이 세상..
시,수필
2025. 6. 29. 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