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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subook 2025. 5. 31. 10:14

 바람


김남조

 
바람 부네
바람 가는 데 세상 끝까지
바람 따라 나도 갈래
 
햇빛이야 청과 연한 과육에
수태를 시키지만
바람은 과원 변두리나 슬슬 돌며
외로운 휘파람이나마
될지 말지 하는 걸
 
이 세상 담길 곳 없는 이는
전생이 바람이던 게야
바람이 의관(衣冠)을 쓰고 나들이온 게지
 
바람이 좋아
바람끼리 휘이휘이 가는 게 좋아
헤어져도 먼저 가 기다리는 게
제일 좋아
 
바람 불면
바람 따라 나도 갈래
바람 가는 데 멀리멀리 가서
바람의 색시나 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