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수필

이서화

subook 2025. 5. 4. 18:32

구름의 출처

 

   이서화

 

죽은 참나무에

구름을 닮은 버섯이 돋는 것을 보고

공활(空豁)의 발원지이거니 한다

세상 어리숙한 어떤 사람은

저 구름의 출처를 두고

날씨를 예측하기도 할 것 같다

 

죽은 나무엔 더 이상

봄도 여름도 찾아오지 않으니

빈집같이 썩어가는 그루터기에

잠깐 비로 스며들었던 구름이

싹트는 것일 뿐

자라고 자라면

구름버섯을 달여

몸속 먹구름을 달래기도 할 것이다

 

한적한 나무에

구름이 낀다

비 소식은 무소식이고

어떤 날씨들은 가끔 한곳에다 저렇게

정처를 정해놓고

사라지는 뒤끝을 방 한 칸 삼아

주인 노릇을 하다 가는 것이다

 

톡톡 구름의 포자가

죽은 나무로 황급히 스민다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25 봄호